와, 강사님 진짜 72년생이세요?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 많아도 나보다 두세살, 아니면 나하고 동년배라 생각했는데
72년생인데 저런 텐션을 유지한다고?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제 K뉴딜 강사 미팅이 있었다.
수십일 짜리 과정 중 AI 와 캡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고
두개 반이 진행되다 보니, 나와 다른 강사님 한분이 같은 모듈을 맡았다.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 미팅. 다른 강사님과 친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약간 서먹하다.
그도 그럴듯이 지난 미팅때도 강의 끝나자마자 헤어지고, 그 중간에는 모두 일 이야기만 온라인으로 소통했고
그 다음이 미팅이 어제였으니까.
미팅 후 집에 가는 길,
자연스레 지하철 역으로 함께 향한다.
중년 남자 두명이 있으면 으레 그렇듯,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강사라는 직업이 말을 하는 업이라, 말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강의할때 회의할때 말을 하니, 평소엔 안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내 성격상 말 없이 가는게 싫어 몇가지를 여쭤본다.
그러다가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분이 먼저 물어봤다.
대답을 하고 나서 '왜 물어봤을까?' 생각해 보니 왠지 자기한테도 물어봐 달란듯 하다.
"강사님은 혹시 몇년생이세요?"
"아 저는 72년생입니다. 나이가 좀 많아요"
"와. 진짜요? 그렇게 안보이시는데? 어찌 이렇게 젊어보이십니까!"
솔직히 이야기 하면 약간의 오버도 있었지만
나이보다 확실히 적어 보이는게 사실이었다.
"아, 학생들하고 일을 하다 보니, 그런가 봐요. 그 친구들 텐션에 맞춰야 하니까요.
그리고 강의하면서 인상 쓰며 할 순 없잖아요~"
"그렇네요, 웃으면서 일을 하시다 보니 이렇게 동안이시군요!!"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서로 배웅을 했다.
웃음을 유지하는 일의 조건.
동료 강사분은 그냥 웃으면서 말씀하시고, 별것 아닌것 처럼 이야기 했지만.
나는 속으로 크게 공감했다.
일을 웃으며 한다는 것, 그게 쉬운 일일까.
아니 일을 하는 도중에 웃을 수 있다.
동료들과 커피한잔 하며 웃을수 있고, 회의를 하며 한마디 농담에 웃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일 자체를 하면서 웃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자료를 만들면서 이게 너무 의미있는 일이고 재밌는 일이고,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동료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웃어본적이 없다.
그런데 강의는 달랐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는 좀 힘들지만, 이 분들이 가져갈 경험을 생각하니 웃을 수 있었고
강의를 하면서도 내가 던지는 멘트에 빵 터지시는 분들이 있었고
그 강의가 의미있었다는 학습자들의 피드백에 웃을 수 있다.
그래서 웃을 수 있는 일을 하는건 진짜 복받은 일이다.
일에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이 있다고 한다.
근데 어떤 일에서 내가 웃을 수 있는 지는 잘 모른다.
뭐, 하고 싶은 일에서 웃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긴 하겠다만 꼭 또 그렇지도 않을 수 있다.
요즘 경험을 굳이 정리해 보자면, 하고 싶은일,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서 내가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나오는게 가장 현실적으로 좋은 부분인듯 하다.
그러려면 결국 경험이 필요하다.
해보고 이게 나한테 맞는지, 할 수 있는지,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일인지, 해 봐야 한다.
결국 경험이다.
할까말까 하면 하자.

문득, 13년 전, 일요일 저녁마다 월요일 출근할 생각에 가슴 설레였던 그 경험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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