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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376. [퇴사Essay] 어느 일에나 경험있는 선배는 있다.

by Fidel / 밤바람 2026.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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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짐을 다 뺐어요.

짐 빼려고 야근했지 뭐야.

저녁을 먹는데, 이번에 퇴사를 한다는 동료 한분이 이렇게 말을 하신다.

옆에 있던 동료가 깜짝 놀란다.

"어!!... 왜요, 왜 그러셨어요. 인사라도 하고 가시지!"

"아니, 짐이 너무 많기도 했고.. 뭐 좋은 일이라고......."

꼰대의 한마디 - 그러지 마.

7시간의 쉽지 않은 강의를 하고 저녁에 간단한 반주를 하는 자리였기에

(그러면 안되는데) 또 꼰대-나-의 한마디가 시작된다.

"굳이 왜 그랬어요. 그르지마, 나중가면 후회한다? 남아있는 사람들 생각도 해야지"

내 말에 퇴사를 결정했다는 동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네? 그게 무슨.. ?"

그래서 내 경험을 이야기 해 줬다

사실, 희망퇴직의 제안을 받은 나는, 그날 기분이 참 좋지 않았다.

뭐, 회사에서는 기회라고 했지만, 좋을리가 있겠나,

'너 일 잘 못하는 것 같아, 월급 그만 축내고 그만 나가' 라고 하는건데

생각할수록 뿔이 났다.

그래도 내 열정을 바친 회사고, 꽤 일 잘한다고 소문도 났었고, 핵심인재도 했었는데,

그래.. 했었는데. 구나, 이제는 아닌가 보다. 라는 생각..

아내와 그날 저녁 최종 퇴사를 결정하고 나니, 억하심정이 더 올라온다.

'쳇, 퇴사날 아무도 모르게 그 전날 다 정리하고 가져와 버려야지. 세리모니 이런거 절대 안나갈꺼야.

아무도 모르게 나와서 내가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알려줘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담당 산하의 사원대표에게 연락해서 퇴임식 등이 있는지 물었다.

선배는 꼭 있다.

퇴사 결정은 이미 했다지만,

매일 그 결심이 흔들렸다.

23년간 해 온 회사생활, 밖에 나가서 뭘 해야 할지 방향만 있지,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

이렇게 나가도 되나? 싶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의견을 물어봤다.

그 많은 사람들 중, 퇴사의견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딱 두명.

한명은 아내였고, 한명은 나를 가장 오래 지켜본 나의 멘토 "OO 파트장"님 이었다.

어찌 보면 내 회사 생활을 가장 힘들게 했던 분 중 한분. 하지만 나중 보니, 나를 젤 잘아는 분이기도 했다.

책임님을 끌어줄 수 있는 선후배 동료들이 현직에 남아 있을때

퇴사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는게 낫지.

처음엔 자리잡기 너무 힘들잖아.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어찌보면 "인맥"을 활용하라는 편법 조언 같기도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 충고가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 그렇구나!!!'

생각해 보니, 나도 회사를 다닐때 강사를 부를 수 있는 권한이 꽤 있었던것 같다. (나는 선배를 부르지는 못했지만)

강사를 하기 위해 나서는 지금,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뭔가 하나라도 끄나풀을 쥐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내 생각이 바뀌었다.

퇴임식에서 내 어필 포인트를 찾았다.

지금까지 책을 써왔다는 것과, 지금 책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해야했다.

퇴사 메일도 다듬었다.

'저는 지금까지 이런 준비를 해 왔고, 이런 책을 썼고, 앞으로 이런 강의를 만들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이 변화는 놀라웠다.

다음부터 차라리 나를 찾아와 인사를 해 주는 사람이 늘어났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냐, 나도 알려달라, 얼른 책을 쓰면 내가 어느 회사에 추천을 하겠다. 는 인사를 해줬다.

실제로, 내가 재테크 공부를 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재테크 책을 쓰고 있다고 했더니 자신의 상황을 가지고 물어보기도 하고, 나중에 강의 의뢰를 하겟다는 분도 있었다.

이는 나처럼 퇴직을 한 후, 외부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지켜봐 온,

선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선배가 되다.

그래서 어제, 동료에게 이 말을 해 줬다.

절대 동료는 잃지 말라고,

지금 나가는게 대표님과 맞지 않아서 나가는거 알고 있는데, 대표님때문에 회사의 많은 사람을 저버리지 말라고,

당장 옆에 있는 동료도 나가는걸 저렇게 아쉬워 하는데, 회사 때문에 사람까지 잃지 말라고 해줬다.

15년 이상 차이나는 꼰대의 말이라, 얼마나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선배로서" 할 도리를 했다고 생각한다.

많이 들었고, 많이 고려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 줘야 겠다 생각한 말을 했다.

(나이들다보니, 말을 줄여야 하는데, 자꾸 늘어서 큰일이다)

나도 누군가의 선배이고, 누군가의 후배이다.

인생은 나 혼자 살아내는게 아니고, 나보다 먼저 그 일을 경험해 본 선배는 꼭 있게 마련이다.

선배가 조언해 준 대로 꼭 할필요는 없다. 내 인생이니까.

하지만 선배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 또한 내 인생이니까.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서로서로 얽히고 배우고 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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