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이었던 듯 하다.
마곡에 동료들이 꽤 많은데 인사를 하지 못해 인사를 하러 가기로 이전부터 약속을 해 뒀더랬다.
퇴사 후 새로운 일들이 바로 들어와서 정신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직장 다니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정신 없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시간 맞춰서 이동했다.
좀 알리고 올걸 그랬나?
마곡에, 동료들이 꽤 많다.
가기 전에는 '가서 인사 잠깐 하고, 시간되는 사람들하고 식사나 하고 오지 뭐'
라고 생각했다.
막상 와보니, 약속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거의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대부분 행사가 있어 자리를 비웠거나, 회의나 할일 등으로 바쁜상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아무 기별도 없이 쑥 오면, 왠만큼 친하지 않은 상태라면 시간을 빼기 어렵다.
무엇보다,
'저 사람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만 친하다고 생각해서 설레발 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서운했다.
감정적이 되면 안되는데 감정적이 됐다.
이럴거면 좀 알리고 올껄, 시간 되는 분들 차 한잔 하자고, 언제 보자고.
어쨌든 이렇게 또 세상을 알아간다.
저녁시간 내 준 소중한 분들.
식사자리에는 네분이 함께 해 줬다.
두분은 미리 약속을 한 분들이고, 두분은 사전에 연락드리지 못했으나 흔쾌히 참석해 주신 분.
모두가 HR에서 10년 이상 함께 한 분들이라, 참 감사한 분들이다.
한분은 아이캐어가 있어서 오래는 못있으셨지만 덕담도 해 주고 가셨다.
6시부터 시작된 식사 자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8시 반이 넘어간다.
사실, 이제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회사 이야기를 자꾸 하다 보니, 흥미가 약간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알지 않은가,
어쨌든 우리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기에 공통의 화제는 회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중, 같은 조직이었던 동료 후배의 전화가 온다.
"책임님! 지금 어디에요? "
뭔가 들떠 있지만 , 혀도 좀 꼬인.. 이미 술을 한잔 한 목소리다.

나를 찾아주는 감사한 사람들.
퇴근 후 여의도 근처에서 한잔 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 했단다.
지금 올 수 있냔다. 알았다고 우선 끊었다.. 현재, 함께있는 분들이 있으니.
저녁 식사자리가 끝나가니, 옮겨봐야겠다 싶었다.
문자로 "곧 갈께"라고 회신을 줬다.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던 식사 자리,
집이 어디냐고 서로 물어보다가 차를 한잔 하자고 한다.
같은 마곡에 있는 분들도 오랜만에 봤고, 퇴사한 사람 (나)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머뭇거리며 휴대폰을 보는 나에게
"어디 가야해요??"라고 동료가 물어본다.
"아니.. " 라고 소심하게 얼버무린 내 말 뒤로, "그럼 차 한잔 하고 가요~" 라고 나를 잡아 끈다.
'아, 그냥 여의도는 못간다고 할껄'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그래도 가봐야겠다 생각이 든다.
퇴사한 입장에서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감사하기도 하고,
나도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내 자리는 잘 채워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정작 회사에 있을때는 술자리도 편하게 하지 못했던 그들이었기에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배가 부르다고 커피주문도 하지 않았다. 언제라도 자리를 옮길 수 있게.
이미 마음이 떠서였을까, 어떤 대화를 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여전히 회사 이야기 뿐이라 그랬을지도.
"OO팀장이 아까부터 연락이 오고 있어서,
거기 잠깐 좀 가 볼께요. 술을 많이 마셨네. 이 사람들이 "
양해를 구했다. 사실, 메뉴를 정할때도 '곧 가봐야 할거 같으니...'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음.. 양해를 구한게 맞나?, 일방적인 통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 다음부터 이럴거면 오지맛!!
이라고 동료 한분이 웃으며눈총을 준다.
....
뭔가 미안하고 서운하고 막 그랬다.
효율성보다 효과성.
그렇게 이동한 여의도,
동료 세사람은 이미 만취 상태다.
한 동료가 이미 치사량을 넘어섰다. 가자마자 뒤치닥거리를 해야 했다.
어찌어찌 술자리를 정리했다.
OO팀장이 술이 꽤 취한 상태로
"오랜만에 생각이 나더라, 예전에 함께 일했던 기억도 나고.. 그래서 전화해 봤어"란다.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집에 오면서 하루를 복기해 본다.
아무래도 오늘은 잘못한 것 같다.
사람을 대할때 계산을 하면 안되는데,
마곡에서 여의도로 이동한 배경에는
'이 사람들이 앞으로 내가 할일에 뭔가 연관이 돼' 라는 마음이 약간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해 시간을 미리 빼주고 그날 저녁을 비웠던, 마곡의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그러면 안됐는데.
집에 와서 그 동료 한분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그나마 미안했던 마음이 약간은 희석되지만.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인간관계는 효율성보다 효과성이다.
목적을 가지고 대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하자.
내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 보다는 그들이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자.
퇴사 후 세상을 급격히 많이 배운다.
오늘도 한뼘만큼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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