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1일차.
여전히 4시에 일어난다. 심지어 잠을 거의 못잤다.
어제 글에 쓴 것 처럼, 교육 담당자의 "갑질"에 교안을 새로 짜느라, 12시까지 했는데,
희한하게 이런 날은 잠이 잘 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한시반인가? 시계를 보고 설핏 잠이 들었다. 그리고 3시 40분??에 일어났으니 두시간 정도 잤나 보다.
강의는 항상 긴장과 설렘의 시간.
첫차를 타야 하는데, 약간 늦어 두번째 전철을 탄다.
한시간 반을 가야 하는 안산, 어제 채 하지 못한 강의 리허설을 하며 이동해 본다.
그렇게 도착한 반월역에, 나를 어제까지고 '괴롭힌' 담당자가 차를 가지고 마중나와있다.
사실, 나는 이런 교육 담당자를 참 좋아한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어떻게는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그래서 약간 밉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기특했다.
강의장에 도착해 집기를 점검하고 세팅한다.
원래 회의실이었던 곳이라, 환경이 좋지는 못하지만, 이정도야 뭐.
14년 강의경력으로 쌉 커버 가능하지 뭐.
강의는 하기 전 항상 긴장이 되고 설레기도 한다.
아, 그리고 이번 강의 준비하다가 느낀게 있는데, 내가 너무 강의 하나에 올인하는거 같다.
이 점이 좋은건 그게 강의에 대한 내 열정을 볼 수 있다는거고
별로.. 라고 생각되는건,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가성비다. 하루 교육을 위해 도대체 며칠을 쓴거냐;;
어쨌든 7시 반에 도착한 강의장, 8시가 넘어서가 한두분이 오기 시작한다.
세상사, 내 뜻대로 될리만은 없지.
'바이브코딩 실전' 이라는 주제로 처음 강의를 하다보니,
내 딴에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잘 쫒아갈 수 있을 정도로 교안을 구성했다지만,
역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11시 반, 학습자들의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원래 밥먹기 바로 전 시간이 집중력이 높은 시간이라, 이때 이론 강의를 넣었는데,
패착이었다., 알고 봤더니, 이 사업장은 11시반부터 식사시간이란다.
이런, 학습자들이 가장 민감한 시간이 점심식사와 끝나는 시간인데.
교육 담당자 및 학습자로 온 HR 분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담당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오후 첫시간에는 저희가 해놨던 사례를 1분씩이라도 이야기 드려 볼까요?
학습자 분들의 흥미 고취를 위해서요.
사람이 불안하면 무슨 말이든 고깝게 들리게 마련이다.
' 오전 시간이 지루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교육 담당자의 말이 고맙다. 사실 그리고 강사라는 '을'의 입장에서 거부할 수도 없다.
오후 첫시간, 사례 공유에도 사실 그렇게 감흥이 없다.
솔직히, 너무 Gap이 심하다. 오늘 오신 분들은 입문, 초급이 많은데, 그분들이 공유한건 어찌 보면 고급 과정이다.
입문, 초급 분들이 보기엔 천상계인거다.
야심차게 준비한 "클로드 코드" 사용 모듈을 진행한다.
항상 설치하고 실습하는건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이 모듈로 집중도를 올려야 했다.
어라. 왠걸.
활기차게 돌아가기는 하는데, 저~~어기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고 하니까 답답해요"..
어..음.. 어어어?? 어어어어어어엉????
두번이나 설명했는데, 모른다고? 진짜?
이건 학습자 잘못이 아니다. 아니 '이건' 이 아니고,
강의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강사 잘못이다.
배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모두 선장의 잘못이듯.
다시 한번 설명한다. 또 설명한다.
총 네번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오늘 망했네.
역시 세상사, 내 예상과 달라.
그렇게 마지막 실습시간을 맞는다.
마지막 실습의 컨셉은 이거다.
"아몰랑, 우선 하고 싶은거 있으면 클로드에게 물어봐.
근데 이 템플릿만 채우면 어떻게든 해 줄껄?"
어?? 생각보다 집중력이 좋다.
서로 막 물어보고 다다다다다 키보딩 소리도 난다.
그래도 불안하다. 나한테 물어보면 좋은데 자기네들끼리 속닥속닥 하는거 같다.
'내가 전문가가 아닌걸 눈치 깠나...'
드디어 공유의 시간
오늘 전체 과정의 산출물이 나오는 시간이자 결국 오늘의 강의가 성공인지 판정나는 순간이다.
오. 꽤 진지하다.
각자 3분의 시간으로 공유를 하랬는데, 시간이 부족할거 같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왠종일 마음이 쓰였던.. 계속 못따라 오던 서너분의 팀장급 분들의 결과를 흘끗거려 본다.
아. 그래도 하나씩은 다 만들었네. 다행이다.
HR실장 및 학습에 참여한 인사팀 직원들과의 저녁 자리.
오늘 진짜 깜짝 놀랬어요.
라고 한다.
응?? 무슨 말이지? 싶었는데,
마지막 그 Template이 대박이었단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교육을 받았는데,
대부분 python을 짜고 그걸 VS Code로 연결하던지.
기법에 대한 강의를 받았단다.
근데 내가 오늘 공유한 내용은
"아몰랑. 일단 Claude한테 물어봐, 에러 나오면 그냥 그것도 물어봐.
템플릿 이거만 채우고 물어보면 왠만하면 해 줄껄?" 이라는 거라서 첫번째 놀랬고,
그렇게 하니까 진짜 되니까 놀랬다는 거다.
특히 마지막 시간,
따라오지 못하던 사람들도 그렇게만 하니까 어떻게든 되는걸 보고, 몇몇 분들도 깜짝 놀랬다는거다.
그걸 들은 HR실장님.
다음강의도 해 달란다.
같은 강의가 아니고 Python 강의 해달란다.
파이썬 모른댔더니 한달 줄테니 공부해와서 해달란다. -_-; 그게 되겠냐.
진심은 통한다.
모르겠다. 어제 과정이 "진심이 통한다"는 말로 궤를 뚫을수 있을지.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게 하고 싶다.. 는 생각에 교안을 짰고,
하루 전, 교육담당자의 "갑질"에 마음이 엄청나게 불편하고 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을 정도로 피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 교육 담당자의 진심을 알았기에 최대한 담으려 했다.
그마음이 잘 전달된게 아닐까 싶다.
내 계획대로 되지는 못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5개의 모듈중 3개는 별로, 1개는 그럭저럭, 1개만 대박이 난거지만,
그래도 어제 하루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되었다.
맞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고,
진심은 결국 통한다.
퇴사 후 첫 외부 강의
어쩌면 어제의 경험이 나를 크게 성장시켜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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