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오늘 여의나루 가도 돼요?"
오후 3시쯤 큰아들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한다.
지하철을 유난히 좋아하는 자폐가 있는 아들은, 서울로 이사오고 난 후,
내 회사로 와서 집에 같이 가는걸 좋아한다.
먹는것도 좋아해서 회사에 오면 지하 식당에서 사원카드에 들어 있는 중식대로
중국집을 가던지 호프집을 가던지 해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집에가곤 한다.
잠깐 고민을 한다.
'음. 오늘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데..'
운동을 해야 하는데 자꾸 피하고 있다. 어제 퇴근할때 가져갔었어야 하는데, 어제도 아들이 온 덕에
아침 출근도 그냥 지하철로 했더랬다.
오늘은 운동하면서 가져가야 내일 아침에 또 운동 겸 가져 올수 있을텐데,
퇴근하면서 자전거 타려고 점심 산책도 안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응 와~ 오늘은 좀 일찍 와도 돼~" 라고 답한다.
운동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약간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 며칠 남지 않았을지도 모를 퇴근길을 아들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자폐인 아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계속 키워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도 좀 들어갔다.
음.. 너무 미화했나..?
한발자욱 떨어져.
요즘 인생을 좀 관망해보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발자욱 뒤에서 혹은 저 위에서 헬리콥터로 내려보는 뷰를 보려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말도 부쩍 적어지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들을 만나 집에 가려다가, 둘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우야 집에 왔어? 전에 가려다가 못간 집앞 치킨집 오늘 가 볼까?"
"응!!!"
좀처럼 집을 잘 나서지 않는 히키코모리 아들인데, 오늘은 나가겠댄다.
아내에게 혹시 저녁을 준비했냐고 물어보고, 그러지 않았대서 오늘은 치킨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집에오는 전철 안,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뭐지?'
돈을 벌고 나서 가장 뿌듯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집을 처음 산 날도, 차를 마련한 날도 아니었다.
동탄에서 살때, 아이들과 함께 간 "치킨뱅이" 를 갔을때였다.
17년, 18년 정도일테니 둘째가 다섯살 정도였나보다.
조그만 손으로 치킨을 야무지게 먹을때, 그때였다.
그때 아내에게 '돈 벌 맛 난다' 라고 했던 기억이 있고, 아내도 그걸 기억학 있었다.

가계를 빡빡히 조여서 사는 탓에 동탄에서도 그랬지만,
서울로 이사온후에는 이런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회사 근처로 와서 사원카드에 남아있는 돈으로 저녁 외식을 하긴 했지만,
뭔가 느낌이 다르다.
생각해 보니, 동탄에서는 아내가 그래도 배달음식을 한달에 두세번은 시켰는데
여기 와서는 본적이 없는 듯도 하다.
빡빡하게 살지 말자.. 라고는 못하겠다. 아직은.
그래도 가끔 숨은 쉬고 살자.
어제와 같은 외식이 일상이 되면 그것도 행복이 아닐 수 있을거다.
가끔 돈버는 이유도 깨달아보고,
가족과의 좋은 시간도 일부러 가져보자.
사실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나이 들어서도 계속 돈을 벌고 싶은 이유 아닌가.
물론 아직 영글지는 못했지만, 꼭 영글게 될꺼다.
한발자욱 떨어져 인생을 바라보니,
새롭게 보여지는 내 인생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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