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욱님, 지금까지 한것에 대해 A부터 Z까지 상무님께 보고 해 주세요."
지난 금요일 저녁, 팀장의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현재 하고 있는 외부 인프라 개선 활동에 대해, 상무님한테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짜증이 확 올라왔다.
우선 보고라는 말만 들어도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보고는 직장인에게 피할수 없는 과제이긴 하지만, 보고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다보니, ..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굳이 금요일 저녁에 이렇게 메시지로...' 하는 생각.
금요일 저녁에 메시지를 보자마자.
'이번주말은 마음이 계속 괴롭겠군' 하는 느낌이 팍 왔다.
역시나, 그랬다.
주말에 시도때도 없이 '보고해야 한다'는 강박이 찾아왔다.
지인중에는 파워포인트로 스트레스 푼다는 사람도 있고,
보고가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던데, 당최 이해를 못한다.
뭐, 그 사람들도 나를 이해 못하는건 매한가지겠지만.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어제 아침.
출근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메시지가 또 하나 올라온다.
'오늘 출근하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8시 반 전후로 도착합니다'
회사 출근해서 업무 시작하기 전까지
아침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8시 넘어서 봤는데,
'이거 뭐지? 업무 시간 전에 일을 하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 또 '나를 얼마나 못믿길래'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사실, 팀장의 생각을 모르는게 아니었다. 애써 무시하고 싶었을 뿐.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지 않지만, 들어서 알게 된 우리 팀장은
임원에게 팀원 개개인을 어필하려고 무진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고를 하라는건, 지금까지 해온것에 대한 인정을 받으라는 이야기였다.
'이 나이에 뭔 인정을 받아'라는 내 무언의 생각이 그 좋은 의도를 무시해 버린것이긴 하지만.
화요일 출근할때 메시지를 남긴건.
좀있다 CEO 보고 들어갈때 , 질문이 나올것에 대해 대비하고자 했던것일거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시각을 달리해 보면,
그 사람의 좋은 의도가 보인다.
굳이 나쁘게 해석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왜 나는 알면서도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까?
첫째, 보고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감정이다.
잘 하지 못해, 하기 싫은, 20여년동안 나를 괴롭혀온 보고 라는 단어만 들어도 코티솔 수치가 확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내 상태 때문이다.
둘째, 나에 대한 믿음? 자존감이 부족한 탓이다.
지금 내가 일을 잘 하고 있나? 생각했을때 그렇다는 대답이 잘 안나왔다.
팀에서는 제일 선배이지만,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제는 약간 뒷방 늙은이 같은 처지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
셋째, 첫째, 둘째로 말미암아, 회사를 어떻게든 빨리 떠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듯이, 가장 밀도가 낮은 시간이 회사에서의 시간이다.
아침 4시부터 8시반까지 정말 치열하게 루틴을 하고.
매일 저녁 시간도 스터디, 독서 모임을 잡아놓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그 밀도가 약한 탓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선
원인을 없애면 되지 않을까.
첫째 보고.
이제 PPT를 이용한 보고는 없다. AI로 쓰던지 줄글로 쓰던지 하면 된다.
그렇다면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 더군다나 보고 자료는 미리 보내고
보고시에는 피드백만 준다는데 뭐.
마음을 좀 편하게 가지면 될것 같고
둘째는 마음의 문제다.
사실, 이걸 끌어올리기 위해 내가 잘하는 것중에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 집에 대한 이야기를 자꾸 하려했던것이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생각이지, 그들은 별로 ..
지금 하고 있는 것들로 우리 팀원들에게 잘보이겠다. 이것보다,
수혜를 받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하면 되겠다.
셋째, 여전히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유효하다.
다만 회사안에서이 밀도도 좀 높여서 퇴근시간이 뿌듯한 하루를 만드는게 더 낫겠다.

해 보자.
안되면 말고, 정신으로,
그리고, 죽기 전에 이렇게 못한걸 후회하면 안되니까.
P.S.
사실 주말간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다면..
그 보고를 미리 해 놔버리면 됐었는데, 그게 그렇게 하기 싫었을까 싶기도..
내 시간을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이러면,
미리 해 놓고, 주말을 마음 편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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