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177. 일상에서 행복을 마주하려면.

by Fidel / 밤바람 2025. 11. 2.
반응형

 

 

아빠. 무릎이 너무 아파.

집에 가면 안돼?

아들 둘과 수영장을 가는 길.

차를 가지고 갔는데 수영장 주차장이 만석이다.

장애인 동승 차량이라 왠만하면 가장 좋은 자리에 빈자리가 있기 마련인데,

주말이라 그런가 그 어디에서 자리가 없다.

"저 옆에 도서관에다가 주차하고 올까?" 라고 아들들에게 물어보니,

둘째가 "그러자 아빠" 라고 답을 해 준다.

100여미터 떨어진 도서관은 다행히 자리가 꽤 많이 있다.

"거기서 5분동안 주차 자리 헤메지 말고 얼른 올껄"

둘째가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 한다.

'역시 아이들은 솔직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이야기 할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내려서 수영장으로 향한다.

둘째는 신나서 1층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뛰쳐나간다.

"진우야. 뛰지마!!!" 라고 하지만 이미 내 시야에는 없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첫째는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좀처럼 뛰지 못한다.

옆에서 내 팔짱을 끼고 있다가 둘째를 따라가려 방방 뛰던 첫째는 결국 발을 잘못디뎌

넘어지고 만다.

"아!!! 아파!!!"

크게 다친건 아닌 듯 한데, 요즘 유난히 엄살이 많아진 요놈이 아프다고 소리를 친다.

다쳤다고 하는 곳을 보니 찰과상이다.

언뜻 보니 많이 아플것 같기도 아닐것 같기도 하다.

"건우야 괜찮아. 심하게 다치지 않았어, "

사춘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과하게 행동했던 어린날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들을 다그친다.

"아니야, 아빠, 나 아파. 그냥 집에 가면 안돼?"

라며 계속 칭얼거리는 아들을 데리고 결국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토록 신나했던 둘째가 "집에 가면 안돼?" 라는 말을 듣고 축 침울해 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언젠가 둘째의 심리검사를 했더니,

'첫째로서의 책임감이 너무 강하다'는 결과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했던 심리검사에서 "자존감"이 높지 않게 나와서

신경이 쓰이던 참이기도 했다.

결국 속으로

'어쩔 수 없지, 수영장 가서도 계속 아프다고 하면 그때는 집에 가야겠네' 라고 생각하며

첫째를 다독이며 수영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들어온 수영장, 둘째는 역시나 신이 났다.

'자주 좀 올껄, 뭐가 어렵다고' 라고 생각이 들만큼.

다행히 첫째도 아프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신이 둘째를 보더니 첫째도 천천히 용기를 내는 것 같다.

잠수도 불안하다며 못하던 첫째가 서서히 둘째와 장난을 치며 웃기 시작한다.

집에 있으면 5분마다 싸움과 화해, 웃음을 반복하는 아들들이기에 이 장난도 불안불안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중간에서 계속 웃어주는 것,

두 아들이 장난이 좀 심해지더라도, 내가 중간에 있어서 먼저 받아주고 웃어주면

대부분 웃으며 끝났다.

두시간을 잘 놀았다.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두 아들이 한번도 싸우지 않고 잘놀았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

'이런게 행복이지 뭐, 별거 있나. '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상에서 행복을 마주하는 방법은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 움직이기 - 집에만 있지 말고 움직여서 에너지 얻는것
  • 먼저 받아주고 웃어주기 - 적극적으로 말을 받아서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기

정도만 해도 괜찮은 듯 했다.

비단 가족과의 행복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pilogue

"아. 이제 1년은 수영장 안가도 될것 같아!!"

둘째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가서 안기더니 이렇게 말을 한다. '

읭?? 자주 좀 가자고 할랬더니??

생각해 보니, 무릎이 까였던 첫째..

집에 와서 밴드도 안붙였네?

그새 모두 나은건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