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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175. 에이, 말을 그렇게 하지 말고~

by Fidel / 밤바람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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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T Challenge 대회가 한창이던 어제, 대부분의 종목이 끝나고 페스티벌과 시상식만 남았다.

 

행사는 마무리될수록 운영부서가 더 바빠진다. 폐회식과 시상식 준비 때문이다. 담당자가 너무 정신없어 보여, 수상자 선정을 돕기로 했다. 사무총장님이 "담당자가 부탁하기 힘드니, 책임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시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물어봤더니, 그래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 종목은 이미 끝났고 저녁에 울산 후배들을 만나기 전까지 시간이 있었다. 곧바로 만나서 작업을 시작했다.

 

열심히 양식을 만들고 전체 정리 틀을 잡고 있는데, 담당자는 생각보다 바빠 보이지 않았다. '힘들겠지.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 잠깐이라도 쉴 틈을 주자'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작업했다.

 

내가 담당했던 eCombination 정리를 끝내고 담당자를 보니,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자, 어떻게 하면 되요? 얼른 정리합시다!"

"아, 책임님. 종목 하나만 채점 끝나면 돼요."

 

응?? 화면을 보니 이미 다섯 개 종목 수상자 정리가 끝나 있고 하나만 남았다.

 

"어? 그럼 나 왜 왔어??"

웃으면서 툭 흘러나온 말이었다.

 

옆에 있던 국장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책임님. 말 그렇게 하지 말고, 좀 이쁘게 해요."

 

억울했다. 나는 '이 바쁜 와중에도 다 해놨네? 대단한데?'라는 의도였다.

칭찬의 의미로 웃으면서 한 말인데...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 그렇구나" 싶었다.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내 의도가 어떻든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이다.

 

만약 내 의도가 정확히 전달됐다면 담당자가 뭐라도 반응했어야 했다. 그

런데 그러지 못하고 모니터만 봤다. 우리 사이가 그렇게 편한 것도 아닌데...

 

"와,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걸 다 정리했어요? 대단하네요. 더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돌이켜보니 요즘 이런 지적을 자주 들었다.

 

얼마 전에는 사진을 찍어주신 서울장애인협회 담당자님께 내 사진을 보고 농담을 했더니,

"같은 말도 이쁘게 하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겸손의 의미였는데...

 

최근 아버지를 보내드리며 누님들과 만났을 때도 어머니께 "너는 말투가..."라는 타박을 들었다.

 

 

그랬다. 나는 내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야 오해지만, 상대방 입장에선 나는 그냥 '원래 말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 말과 행동을 바꾸든지, 아니면 나를 그런 사람으로 인정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으로 남기는 싫으니 바꿔야겠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기"

 

한참 실천했던 습관인데, 말을 더듬는 것 같아서 요즘 안 하고 있었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를 생각해 보고,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대화 전체를 조망해 보고,

그렇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그러면 말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사람 말도 좀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pilogue

생각해 보니 어제 후배들 만나서도 주구장창 내 이야기만 했다. 좀 들을걸...

 

"내가 지금도 말이 많잖아???"라고 했을 때 파안대소했던 후배 두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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