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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166. 잘 들여다 봐야 보인다. 나도 그렇다.

by Fidel / 밤바람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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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가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꼭 나를 말하는 것 같다.

워낙에 부족한게 많은데, 그래도 찬찬히 뜯어보면 가끔 장점도 보이는 그런 사람이랄까..

그땐 그랬지.

대학교 때의 일이다.

1학년 2학기 중간부터 풍물패 활동을 했었다. 그 전에는 여기저기 기웃기웃 하다가,

풍물패를 좋아 했다기 보다는 거기 있는 사람들에 끌려서 들어갔던 것 같다.

제일 마지막에 들어왔으니, 따라가는데 열심히 해야 했다.

재미있게, 빠르게 배워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며 사람들이 좋아서 그랬던것 같다.

우리는 방학때마다 <전수>를 갔다.

전수는 전국에 있는 고수로부터 사사...까지는 아니고, 풍물 혹은 사물을 배우는데,

한번가면 짧게는 1주에서 3주까지도 진행이 됐다.

첫 전수는 경주로 갔었다. '두두리'라는 사물굿패에서 '설장구'를 배웠었다.

10명이 함께 했었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이 참 많다.

저녁마다 술을 먹었었고, 아침에는 구보를 했다.

한 선배는 장구를 치는데 손에 힘이 다 풀려서 오른손을 반창고로 칭칭 동여매고 치기도 했다.

유난히 장구를 북처럼 치는 친구도 있었고, 중간중간 잠깐 나가서 호수를 보고 오기도 했다.

그렇게 전수가 끝나고 다음학기,

[문풍지]라는 동아리 소식지에 우리의 전수 생활을 기고했다.

아니, 사실 쓰라고 해서 썼던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그냥 일기처럼, 그때를 추억하면서 썼다.

쓰다 보니, 퍽 감성적으로 .. 혹은 감정적으로 글이 써졌다.

'이대로 내도 될까??' 고민하다가, 더 수정하기도 힘들것 같아, 그렇게 기고를 했고, 그대로 실렸다.

야. 나 니가 쓴 글 보고 울었잖아.

 

인쇄가 되고 배포가 된 다음날, 동아리 모임에서

동료 한 녀석이 나한테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음.. 역시 너무 감정적이었던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동료 둘셋도 자기도 그랬단다. 그때의 감정이 다시 생각나서 울컥했단다.

내 글을 다시 읽어봤다.

그때는 오글거려서 진짜 못보겠었는데, 동료들이 그래도 잘 썼다고 하니, 봐줄만 한것 같다.

괜히 내 눈에도 눈물이 좀 맺히는것 같기도..???

잘 들여다 보니 보였다. 내 강점.

이제야 생각해 보니, 나는 감성적인 글을, 대화체의 글이 맞는 사람인 듯 하다.

얼마전에 GPT에게 "나에 대해 신랄하게 까(?) 줘" 라고 했더니

제목은 세상 감성적인데 본문은 직장인 보고서 같단다;;

사실 그때 충격먹었다.

좀 더 생각해 보니, 나는 감정적, 감성적인 사람이 맞는 듯 하다.

그런데 "감정적이면 안돼" 라고 생각하면서 그걸 숨겨왔던게 아닌가 싶다.

버크만에서 드러난다.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는듯.

찬찬히 들여다 보니, 보인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원석을 찾았으니, 이제 좀 다듬어 봐야지 싶다.

감성적인, 감정적인 .. 날것의 글을 써보면

그 감정이, 강점이 다듬어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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