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이나 도서관은 추석연휴라 문을 열지 않아, 아침 일찍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 중,
연속되는 연휴에, 마음이 약간 누그러워졌는지, 아들들하고 산책이나 자전거를 탈 욕심이 생겼다.
집에 와서 아들들한테 제안하니,
역시나, 히키코무리인 둘째는 나가기 싫어!! 라고 하고,
첫째는 전에 헬멧을 챙기고 있다.
"아빠 어디로 갈꺼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첫째는 헬멧을 집어들고 이렇게 물어본다.
아.. 미안하네.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것도 못해주다니.
그냥 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 쉬운것을.
마트에 가서 운동 후에 먹을 맥주 한잔과,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천변으로 내달린다.
아들은 "아빠, 아이스크림 녹아요~" 라고 두어번이나 말한다.
"아니야, 아빠가 가방에 잘 넣었어, 그리고 가는데 5분도 안걸려~" 라고 말하며
슝~ 자전거를 타고 치동천변으로 향한다.
그렇게 도착한 천변의 쉼터,
아들하고는 몇번 와본터라, 아들도 자연스레 자전거에서 내려서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다.
그런 아들을 보고, 희한한 기분이 든다.
'이게 뭐라고 .. 좀 자주 같이 올 걸'
첫째는 발달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아내가 워낙에 신경을 많이 써서,
발달장애는 경계성 장애로 많이 좋아졌다.
먹는걸 좋아하는 첫째는, 그래도 다행히 밖에 나가서 대근육 쓰는걸 좋아해서, 덩치도 크지만 근육도 꽤 있는 듯 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가 볼까?"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입맛을 다시는 아이에게 제안해 본다.
"응, 어디로 갈까?"
"지난번에 간것 처럼 저~~어기 까지 갔다가 집에 가면 저녁 먹을 시간 되겠다"
"알았어~"
그렇게 나서는데 자전거 도로의 오른쪽으로 강을 바라보고 있는 벤치가 보인다.

툭
"아.. 여유롭게 저기서 쉬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고민 없이, 저기 앉아서 맥주 한잔 혹은 따뜻한 커피 한잔에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거기에 빗소리도 약간 추가 되면 더욱 좋겠지.
그렇게 아련하게 지나치다가 퍼뜩
'어? 왜 못하고 있지? 그냥 하면 되잖아'
하고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냥 하면 되는데,
지금만큼 마음이 여유로울때가 어디 있다고,
예전에, 부동산 공부를 한참 할때,
강사가 그랬다 "투자하기 좋은 시절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거죠" 라고
항상 '나는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일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나보다.
사실 그럴수록 일부러라도 챙겨야 하는 걸텐데.
그냥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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