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여수에 계시는 부모님께 다녀왔다.
내려갈때는 9시에 출발, 4시 정도에 도착했으니, 7시간,
올라올때는 3시 출발, 7시 반에 도착했으니 네시간반이 걸린듯 하다.
언젠가부터, 가족이 이동할때는 아내가 운전을 한다.
애들이 어릴때는 애들 캐어하는 것 보다 운전이 쉽다는 이야기를 했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애들이 말을 다 알아듣고, 굳이 캐어할 필요가 없는 요즘에도 아내가 운전을 다 한다.

내려가는 길. 7시간이 걸렸다;;;
어제,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가 아이들 식사 준비를 한다.
5시면 배꼽알람이 울리는 첫째가, 차 안에서 과자등의 간식을 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프다고 징징대는 통에 집에 오자마자 식사 준비를 아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별로 안좋다.
시댁에 가서 2박을 하고 왔으니, 그 자체로도 마음이 쉽지 않았을텐데, 네시간 반을 운전하고
바로 집에 와서 식사 준비까지 하고 있는 마음이 오죽 피곤할까 싶었다.
아내 표현으로는 운전이 차라리 낫다.. 라고 여전히 말하지만
그때 "당신이 원해서 한거잖아? 운전 내가 해도 되는데?" 라고 이야기 하면, 이건 싸우자는거다.
아내가 저렇게 말해주는건 나와 가족에 대한 배려지, "당연"한게 아니다.
내가 할께, 들어가서 좀 쉬어요.
애들 식사를 간단히 먹이려고 물만두와 생선까스를 준비하는 아내에게
다녀온 옷가지와 남은 간식을 정리하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 말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고생했어요 2박3일동안'
'운전하느라 힘들었겠네'
'집에 오자 마자 또 식사 준비하느라 고생하시는 구먼'
당연하지 않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이 들어간 말이다.
"아냐 다 했어요"
아내가 부드럽게 이야기 한다. 내 마음을 이해해 준 것이리라.
아이들 식사를 차려주고 아내는 그제야 씻으러 들어간다.
어이쿠 씻지도 못하고 식사준비부터 했구나.
당연한건 없다.
예전에, 여수에 사는 작은누님 집에 갔을 때,
다섯 가족, 나와 건우까지 해서 7명의 식사준비를 작은 누나 혼자서 하고 있었다.
식사 준비까지는 "아, 이 집은 이런가보다" 라고 해서 넘어 갔는데,
식사를 하고 나서도 그 누구도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누님 혼자서 또 다 치우고 있었다. 그 집은 그게 당연한 것 처럼 보였다.
"건우야, 이것 좀 같이 치우자" 라고 이야기 하면서 같이 거드는데도,
조카 셋이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나중에 작은누님한테 물어보니 "쟤들 원래 안움직여 내가 다 해야돼" 라고 하더라.
가끔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면, 그 상황이 당연한 것 처럼 여겨지곤 한다.
당연한 건 없다. 특히나 인간관계에서는, ..
표현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반성이 된다.
어제, 아내에게 "2박 3일동안, 그리고 운전하느라 고생했어요" 라고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
다행히 "들어가서 쉬어요 내가 할께" 이 한마디로
"고생했다"는 말을 대신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고' 생각하면 안되더라.
말해야 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힘이 생기니까.
생각해 보니, 할말은 안하고, 안할말은 하고(평소에 말이 많아서 말실수를 꽤 하는편이라..) 있구나. 싶다.
늦게라도 표현해야 겠다.
갔다 오느라 고생했다고, 오늘은 좀 쉬시라고.

ㅋㅋ 재밌는 짤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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