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여수에 계신 부모님께 가기로 한날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엔 해남으로 모였었는데,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입원중이시다 보니,
올해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마음이 무겂다.
사실 아버지는 작년 말, 갈비뼈 골절로 입원하신 후, 결국 일어나지 못하시고,
24시간 내내 병상에서 누워계시게 됐다.
해남의 종합병원(이래 봤자 2차 병원..)에서 2개월여,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던 중,
병원에서는 NDR 을 선택하라 한다. 준비하라는 말이겠지.
요양병원과 현재의 병원을 놓고 계속 고민을 하다가,
작은누님이 "가시기 전까지는 내가 눈에 잘 담아 놓겠다"며, 작은누님이 근무했던 여수의 병원으로 입원했다.
작은누님의 캐어가 통했던 것일까. 아니면 병원의 수준이 좀 더 높아서일까.
며칠 안될거라던 병원의 말과는 달리, 아버지는 꽤 괜찮아지셨다.
그래서 병원에서 퇴원 후, 가있을 집이 필요해, 올 초, 급하게 집을 알아봤었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
사실 아버지는 지병이 꽤 있으셨고, 그때마다 병원을 오가셨다.
그래도 그때는 아버지께서 직접 움직였고, 어머니가 간호를 하시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와병 상태이시다 보니, 전혀 거동이 안되시기도 하고,
식사도 힘들어, 콧줄로 위에 바로 음식을 전달하는 경관유동식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 캐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 가끔씩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콧줄을 빼 버린다든가, 소변줄을 빼버린다든지, 아니면 산소포화도가 너무 떨어진다든지.
집에서 한번 이런일이 있게 되면 앰뷸런스가 출동할 수 밖에 없고,
마음이 여리신 어머니는 항상 자식들을 찾는다. 그럼 가까이 있는 작은누님이 출동할 수 밖에..
이런 날이 계속 되자, 애틋한 마음으로 여수로 모셨던 작은누나도 힘이 들기 시작했는지,
어머니와 가끔 투닥거리고, 우리에게도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평생을 나름 "효자"로 살아왔지만, 매주 여수를 내려가 볼 수도 없었기에, 나에 대한 누님과 어머니의 서운함도
커지는것만 같다.
사실, 나도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기에, 알면서도 작은누님을 믿고 의지하던게 있었던게 사실이고,
그렇게, 오랜 병에 효자 효녀는 없어져 갔다.

병실에서 밤을 맞다.
한번 내려오면 그래도 이틀정도는 자고가던 예전의 부모님 방문에서
최근엔 당일치기로 아버지만 뵙고 올라가던지,
여수에 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해남 가서 일을 하고 다시 여수에 왔다가 집으로 올라가는 당일치기 방문으로 바뀌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아버지가 누워계시니 나눌 대화가 다 우울한 부분밖에 있지 않아서,
일부러 피하기도 했던게 사실이기도 했다.
2주전, 내려와서 어머니와 함께 해남을 다녀왔는데,
바로 다음날 아버지께서 입원을 하셨다고 했다.
사지를 쓰지 못하시기 때문에, 어머니가 24시간 붙어있어야 했고,
의사의 소견이, "모든게 별로 좋지 않다,"라고 했다.
이런 저런 사유로, 이번 추석에는 2박3일을 있을 생각으로 부모님 방문을 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있을거냐는 누님들의 질문에 이틀정도 있을 생각이라 답했더니,

낮과 밤에 교대도 해 드리라고 한다. ;;
'음.. 나도 허리 수술해서 쉽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저게 필요하고 맞다는게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8시에 출발했더니, 세시반에야 여수에 도착했다, 병원에서 우리를 맞이하신 어머니는
집에 갸서 저녁에 오라고 하신다.
그렇게, 저녁 7시, 어머니와 간병인 교대를 했다
겪어 보니 알게 된 어머니의 하루
병원에서의 시간은 참 더디 흘러간다.
책을 읽기에도, 글을 쓰기에도 영 맞지 않고, 뭔가 다른 걸 하기에도 쉽지 않다,
아버지의 상태를 보고, 바이탈을 재러 온 간호사와 잠시 이야기를 하고, 다시 아버지의 상태를 본다.
9시반, 어머니께서 알려주신 아버지 물 챙겨드리기까지 끝나니, 취침시간,
옆 병상 다른 분이 병실의 소등을 한다.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들지 않는다. 꽤 피곤한 하루였는데,
누웠지만, 허리가 아프다. 몇번을 뒤척이다가, 나갓다 오기도 한다.
설핏 잠이 들엇다가 간호사 방문에 다시 일어난다.
옆 병상에서는, 대변 기저귀가 다 샜는지, 한시간째 부스럭 거리고 냄새도 난다..
12시 넘어서 설핏 잠이 들엇던것 같은데. 결국 세시가 좀 넘어, 그냥 일어났다.
아. 하루가 이렇게나 힘들다.
예전에도 하루나 이틀정도, 아버지의 병간호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밤새 아버지 혈당때문에 비상이 걸린적도 있고, 아버지가 환각을 보는 바람에 밤새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생각해 보니, 어머니는 매일을 이렇게 살고 계신거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겠구나...
혹시, 내가 나중에 병상에서 이렇게 아프면, 아내가 이렇게 힘들겟구나.
아내가 아파도 내가 쉽지 않은 간병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겪어 보니 어머니를 좀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계신거다.
인생을 또 하나 배운다 .
겪어보지 않고 아는 것 처럼 말하지 말자.
그 사람의 경험과 내 경험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항상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고 귀를 기울이자.
오늘은, 왼종일 아버지, 어머니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날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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