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온 전화 한 통
위원님, 학습계획서는 이번 주까지 가능하실까요?
연휴 5일째, 서울시 장애인재활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10월 18일, 장애청소년의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위한 4시간 교육 계획을 부탁하는 요청이었다.
'연휴에는 좀 쉬고 싶은데...'
잠깐의 망설임이 지나갔다. 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밀려왔다.
평일에는 바쁘다고, 연휴에는 쉬고 싶다고 하면, 대체 언제 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라도 내 역할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알겠습니다!"
주저 없이 대답했다.
18년, 아니 어쩌면 15년
장애청소년을 위한 IT 봉사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2004년 회사에 입사하고 2~3년쯤 지나, 신대방에 있는 서울시장애인재활협회와 인연을 맺었으니 대략 18년쯤 되었을까. 아니, IT 챌린지 대회는 2011년쯤부터였으니 15년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처음엔 '정보나래'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에게 IT 기술을 알려주는 활동이었다. 그러다 서울시 IT 챌린지 행사의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우연히 채점을 맡게 된 후 10여 년 이상 채점과 문제 출제를 해왔다.
2022년, 서울시뿐 아니라 글로벌 IT Challenge에도 문제 출제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 그전에 먼저 채점 총괄을 맡았었다. 오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채점도 빨랐고, 현장에서 생기는 질문들에 대한 답도, 검산도, 순위 산출도 빠르게 해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협회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랑처럼 들릴까 조심스럽지만, 당시 협회는 많은 업무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아 매년 담당자가 바뀌던 때였다. 그러니 지속성을 가진 내 존재가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분야의 문제 출제를 맡았고, 작년부터는 학생 교육도, 올해부터는 통합문제 출제와 교육까지 맡게 되었다. 서울협회에서도 오랫동안 문제를 출제해왔지만, 올해부터는 교육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된다
사실 처음부터 교육과 문제 출제를 다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계획도 없었다.
하지만 거의 20년을 지나오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선생님'에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이 좋았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덕분에 할 수 있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가 내게는 어떤 보상보다 큰 에너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장애청소년 교육과 대회 문제 출제,
이것이 내가 나중에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라는 것을. 아니, 그 길 하나가 열렸다는 것을.
조급하지 말자
최근 나는 '비전센터'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 나처럼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더 나아가 하면 할수록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돕는 곳. 그런 비전센터를 꿈꾸고 있다.
조급하지 말자. 이 꿈을 세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알기 시작한 지도 겨우 5년이다.
예전에 김미경 강사의 '꿈나이'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벌써 12년 전, 신입사원 강의에서 사용했던 영상이다. 그때 나는 "내 꿈은 몇 살이지?"라고 자문했지만,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꿈이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막연하게 '이것이 내 꿈'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벌써 몇 살'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난다.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건, 그게 진짜 내 꿈이 아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제야 꿈나이 2년 차다.
장애인 IT 교육에서도 15년이 넘어서야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에너지를 받는 일임을 알았는데,
비전센터는 2년도 안 되어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지는 말자.
조급하지 말자는 것이지, 천천히 가자는 건 아니다. 내 나이가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연결된다
그래도 확신하는 것이 있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있으면 연결된다는 것.
포기하지 않는 방법은 자꾸 경험하는 것, 나를 계속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 또한 나의 메타인지를 키우는 과정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욱 잘 알게 되는.
18년이 걸려 찾은 이 길이, 나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의 꿈나이는 지금 몇 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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