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좀 평안하신가요? 가시기 몇해전부터 그렇게 몸이 안좋으시고 거동도 잘 못하셨는데
그곳에서는 좀 편안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 가신지 이제 두달 반이 흘렀습니다. 세달이 거의 되어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가끔 생각나서 울컥울컥 할꺼야' 라고 말할때,
'에이 나는 아니야. '라고 말하곤 했는데.
저는 항상 보통의 사람이었습니다.
가끔 생각나면 울컥울컥하고, '그때 이랬으면 괜찮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만 자꾸 남습니다.
요즘에 주식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올때,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면
안부를 전하고, 건강하시냐 여쭐때는 그냥 그렇다.. 라고 말씀하시던 당신께서
주식 이야기를 하면 , 뭐 꼭 20대 청년처럼 목소리가 높아지고 밝아지셨습니다.
그렇게 목소리가 높아지는 아버지가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제가 잘 모르는, 아니 관심이 많지 않은 종목이나 트렌드를 이야기 하실때는 시큰둥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섬망 증세가 있으실때도 가끔 정신을 차리시면 주식창으로 달려가셨던 기억도 납니다.
어머니께서는 "건강도 좋지 않은데 큰일이다" 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런 어머니께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식을 보시면 제 정신으로 항상 돌아오신다구요.
아버지께는 젤 익숙한 모습, 그리고 되고 싶었던 모습이 주식창을 들여다 보고 분석하시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돌아가시고 난 후, 아버지의 책상 모니터 옆에서 삐뚤한 글자를 몇개 발견했습니다.
파킨슨으로 와병중, 식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유동식을 하시면서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책상에 앉으시면 정신을 차리시고, 안경을 끼시고, 수첩을 열어 뭔가를 기록 하셨던거죠.
그 좋아하던 주식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할걸.. 그럼 좀 더 계시다 가지 않으셨을까. 후회도 해 봅니다.
요즘 어머니는 공허하신가 봐요.
아버지 병간호를 하시면서는 그렇게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가끔은 웃기도 하고, 또 자주 울기도 하셨는데.
가끔 나가시던 운동도, 무릎이 좋지 않아서 못나가시니, 집에서만 지내시는가 봅니다.
사람도 좀 사귀시고, 책도 좀 보시면 좋으련만,
공허한 마음이신지 왼종일 TV만 보시는 것 같아 마음이 별로 안좋습니다.
여수에 있는 작은누나와도 약간 투닥거리는지, 전화할때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아.
광주로 오시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긴 한데,
어떻게 말씀을 드리고 의견을 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제 나이가 이제 쉰을 향해 갑니다.
78년생이니 예전 나이로 치면 저도 마흔아홉 인데, 만으로 하는 나이가 공식이 됐으니 마흔 일곱이네요.
아버지의 마흔 일곱의모습을 기억해 보니, 그때 저는 고등학생이고 큰누나는 이미 대학생이었더라구요.
우리 애들은 이제야 중3, 초6인데 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쉰과 저의 쉰의 밀도 차이가 있는걸까요.
저는 여전히 세상을 사는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제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요.
이게 지금 맞는 길인가, 생각을 하면서도 쉬이 다른 길에 도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가
"이제 그만하면 됐다. 내려와서 편히 살아라" 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 납니다.
가끔 부동산 공부를 하다가 그 말씀을 생각하면 '아이고, 세상 모르는 소리하시네' 라는 생각도 들지만
회사에서 자존심, 자존감이 상처를 받을때면 '아버지께서 이미 선견지명이 있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올해도 쉽지 않은 회사 생활이라, 아버지 그 말씀이 더욱 더 생각날 것 같네요.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책상 앞에 앉아 주식 창을 보고 있는 모습이 가장 많이 떠오르고
베란다, 햇살 바른 곳에서 책을 읽고 계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좋아하시던 책을, 나중에는 거의 보지 못하셨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생각도 들고,
24시간을 누워 아무것도 못하시던 그 시간, 과연 아버지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하면 또 마음이 안좋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등어리를 보고 자란다고 했었나요.
아마 저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을겁니다.
책좀 읽으라고 그렇게 하셨는데, 이제야 그 말씀을 듣습니다.
닮지 않고 싶었던 음주 습관까지, 그대로 박아놨네요. 이런;
좀 더 자주 가서, 아버지하고 이야기 나누고 할껄, 하는 후회가 여전히 남는 오늘 아침입니다.
계신 그곳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고,
좋아하시는 책도 많이 보시고,
주변 사람들과도 많이 교감하시면서
웃음 더 많은 날이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못다한 한마디.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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