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이 막힌 순간
어제 송년회 자리. 불만을 쏟아내던 나에게 옆자리 동료가 물었다.
"그래서 책임님은 뭘 하고 싶으신데요?"
"어... 나는 말이죠..."
분명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생각이 스쳤다.
'지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무슨 불만만 그렇게 많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자리에서 몇 번이고 '왜 아무 말도 못했지' 되뇌다가, 결국 밖으로 나갔다. 찬바람이 필요했다.
불만의 시작
화가 났던 이유는 조직 이동 과정이었다.
육성 조직에서 조직문화 팀으로 이동하게 됐는데, 정작 내 의사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주, 팀장으로 내정된 동료가 모니터를 툭 보여주며 "이렇게 될 것 같아"라고 한 게 전부였다.
'이게 통보인가? 면담인가? 당장 이번 주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냥 옮기면 되는 건가?'
어제 퇴근 무렵, 큰 회의실에 모였다. 상무님이 조직 변경을 설명하셨다.
"아마 팀장들이 개인적으로 면담하거나 전화로 의견을 물어봤을 겁니다. 개인의 성장 방향도 함께 이야기했을 거고요."
얼굴이 붉어졌다. 나만 못 들은 건가?
터져버린 불만
회식 자리에서 아무도 말이 없었다. 나 때문이었을까. 침묵을 깨고 옆 동료에게 물었다.
"책임님은 어떤 업무 하게 되세요?"
그 말이 물꼬가 되어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통을 메인으로 하는 조직인데 소통이 제일 없어요."
"나는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내일 새 조직으로 가는 게 맞는 건가요?"
"우리 팀에는 방송작가와 신문작가가 있다는데 나는 신문작가래요. 글쓰는 문체를 결정하는 게 작가지, 남 비위 맞추는 게 무슨 작가예요?"
"현장과 고객이 제일 중요하다는데, 실제로는 자리에 앉아서 엉덩이로 일하더라고요."
그러다 그 질문이 왔다
"그래서 책임님은 뭘 하고 싶으신데요?"
칼바람 속 질문들
저녁 6시 40분. 캄캄한 하늘 아래를 걸었다. 칼바람이 불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뭐지?"
수년간 나에게 해온 질문인데, 여전히 답이 어렵다.
나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어쩌면 회사에서는 안 되는 걸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나한테는 누구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괜찮은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내 나이가, 내 역량이, 이제 면담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통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불만만 많은데, 누가 와서 이야기해주려 하겠나.
생각이 점점 땅을 파고 들어갔다.
아, 이러면 안 된다. 굳이 나를 파묻을 필요는 없다.
생각을 뒤집다
전화위복.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자.
생각을 바꿔보기로 한다.
자, 지금의 조직이 더 좋은 이유를 찾아 보자. 기회를 찾아보자.
1. 작가라는 이름
새 조직에서 할 일은 "신문작가"다. 조직의 방향성을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일. 생각해보니 맞다, 신문작가
그렇다면 이건 대중이 어떤 글을 원하는지 배울 기회다. 내 블로그에는 사람이 별로 안 오는데, 어떻게 하면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공부할 수 있겠다.
2. 진심은 통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많이 공감한 문장이 "진심은 통한다"였다.
나는 천성이 착한 사람이다(그래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고 싶어 한다.
나의 이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다.
나의 다짐
불만충이 되지 말자
산책하며 생각해보니, 기회는 불만만 말하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
이번 조직 개편도 내가 먼저 다가가 물어봤으면 됐다.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됐다. 생각만 잠깐 바꾸면 될 일을.
남이 아닌 나에게 인정받자
생각해보니 『미움받을 용기』에서 받았던 그 용기가 나에게는 독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정이 필요한 사람이 맞다.
남에게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능력이 안 돼서가 아니라, 남의 인정을 받으려고 너무 신경 쓰는 내 모습이 안쓰럽다.
그러지 말고, 내가 나를 인정해주자.
찬바람을 맞고 돌아온 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질문은 남아있어도 괜찮다. "나는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혀도 괜찮다.
중요한 건 불만 뒤에 숨지 않고, 그 질문을 계속 붙잡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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