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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218. 그래서 뭘하고 싶은데요? - 불만뒤에 숨은 진짜 질문

by Fidel / 밤바람 2025.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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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힌 순간

어제 송년회 자리. 불만을 쏟아내던 나에게 옆자리 동료가 물었다.

 

 

"그래서 책임님은 뭘 하고 싶으신데요?"

 

"어... 나는 말이죠..."

 

분명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생각이 스쳤다.

'지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무슨 불만만 그렇게 많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자리에서 몇 번이고 '왜 아무 말도 못했지' 되뇌다가, 결국 밖으로 나갔다. 찬바람이 필요했다.


불만의 시작

화가 났던 이유는 조직 이동 과정이었다.

육성 조직에서 조직문화 팀으로 이동하게 됐는데, 정작 내 의사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주, 팀장으로 내정된 동료가 모니터를 툭 보여주며 "이렇게 될 것 같아"라고 한 게 전부였다.

 

'이게 통보인가? 면담인가? 당장 이번 주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냥 옮기면 되는 건가?'

 

어제 퇴근 무렵, 큰 회의실에 모였다. 상무님이 조직 변경을 설명하셨다.

 

"아마 팀장들이 개인적으로 면담하거나 전화로 의견을 물어봤을 겁니다. 개인의 성장 방향도 함께 이야기했을 거고요."

 

얼굴이 붉어졌다. 나만 못 들은 건가?


터져버린 불만

회식 자리에서 아무도 말이 없었다. 나 때문이었을까. 침묵을 깨고 옆 동료에게 물었다.

 

"책임님은 어떤 업무 하게 되세요?"

 

그 말이 물꼬가 되어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통을 메인으로 하는 조직인데 소통이 제일 없어요."
"나는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내일 새 조직으로 가는 게 맞는 건가요?"
"우리 팀에는 방송작가와 신문작가가 있다는데 나는 신문작가래요. 글쓰는 문체를 결정하는 게 작가지, 남 비위 맞추는 게 무슨 작가예요?"
"현장과 고객이 제일 중요하다는데, 실제로는 자리에 앉아서 엉덩이로 일하더라고요."

 

그러다 그 질문이 왔다

 

 "그래서 책임님은 뭘 하고 싶으신데요?"


칼바람 속 질문들

저녁 6시 40분. 캄캄한 하늘 아래를 걸었다. 칼바람이 불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뭐지?"

 

수년간 나에게 해온 질문인데, 여전히 답이 어렵다.

나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어쩌면 회사에서는 안 되는 걸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나한테는 누구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괜찮은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내 나이가, 내 역량이, 이제 면담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통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불만만 많은데, 누가 와서 이야기해주려 하겠나.

생각이 점점 땅을 파고 들어갔다.

아, 이러면 안 된다. 굳이 나를 파묻을 필요는 없다.


생각을 뒤집다

전화위복.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자.

생각을 바꿔보기로 한다. 

자, 지금의 조직이 더 좋은 이유를 찾아 보자. 기회를 찾아보자. 

 

1. 작가라는 이름

새 조직에서 할 일은 "신문작가"다. 조직의 방향성을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일. 생각해보니 맞다, 신문작가

 

그렇다면 이건 대중이 어떤 글을 원하는지 배울 기회다. 내 블로그에는 사람이 별로 안 오는데, 어떻게 하면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공부할 수 있겠다.

 

 

2. 진심은 통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많이 공감한 문장이 "진심은 통한다"였다.

나는 천성이 착한 사람이다(그래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고 싶어 한다.

 

나의 이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다.


나의 다짐

 

불만충이 되지 말자

 

산책하며 생각해보니, 기회는 불만만 말하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

이번 조직 개편도 내가 먼저 다가가 물어봤으면 됐다.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됐다. 생각만 잠깐 바꾸면 될 일을.

 

남이 아닌 나에게 인정받자

 

생각해보니 『미움받을 용기』에서 받았던 그 용기가 나에게는 독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정이 필요한 사람이 맞다.

남에게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능력이 안 돼서가 아니라, 남의 인정을 받으려고 너무 신경 쓰는 내 모습이 안쓰럽다.

그러지 말고, 내가 나를 인정해주자.


찬바람을 맞고 돌아온 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질문은 남아있어도 괜찮다. "나는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혀도 괜찮다.

중요한 건 불만 뒤에 숨지 않고, 그 질문을 계속 붙잡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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