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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106.나의 하루는 나의 생각이 만든다.

by Fidel / 밤바람 202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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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쉽지 않은 하루가 되겠군"

해남을 가는 날이다, 어머니께서 시골 집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소집령을 내리셨다.

해남을 가기 전, 여수를 들러야 한다. 파킨슨이 심해 지셔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시는 아버지, 그리고 오늘 소집령을 내리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야 한다.

새벽 다섯시, 일어나서 출발 채비를 챙긴다.

항상 가던 아들은 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빠릿하게 내 물건들을 챙긴다.

오늘 속옷까지 다 젖을테니, 속옷도 두벌, 반팔 반바지도 우선 넣고,

혼자 가다 보니, 혹시 잠오고 심심할지 몰라 커피도 한잔, 콜라도 한병, 주전부리도 챙겨본다.

다섯시반, 날이 길어서 그런가 벌써 해는 뜬것 같다.

"오늘, 쉽지 않은 하루가 되겠군"

운전만으로도 쉽지 않은 하루.

동탄에서 여수 부모님 집을 찍는다. 304km, 혼자 가기에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300km 정도는 한번도 안쉬고 내달린다.

어느정도 즐기기도 한다. 혼자 가니 오디오북도 켜서 듣고, 평소 들으면 즐거웠던 음악도 듣는다.

여수 집을 도착하니 9시, 이제 부모님을 모시고 해남을 가야 한다.

"어잇차!!!"

아버지의 휠체어를 옮기고 거동을 못하시는 아버지를 차에 옮겨 본다.

이런, 벌써 허리가 아플라 한다.

'음. 쉽지 않은 하루가 되겠군'

여수에서 해남까지는 154km, 두시간 반 좀 넘는거리다.

고속도로를 쭈욱 타고 갈까 하다가, 나 없이는 바깥 나들이도 못하고 계셨을 부모님께

여름의 푸르름을 보여드리고 싶어 국도길로 향한다. .

오늘 일을 하고 나서 다시 해남에서 여수로 와야 한다. 시간이 가능하다면 집에도 다시 올라가야 한다.

대략 900km가 넘는 여정이다. 운전만으로도 쉽지 않은 하루다.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지만?

해남 시골 집, 도착하니 1시가 되어간다.

오늘 같이 일을 하기로 한 큰누나네 부부는 차가 이상해서 잠깐 정비소에 들러서 온다고 했다.

오늘 하루 할일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과수원 밭에 한달 이상을 못갔는데, 그 사이 장마가 들어 비가 엄청 내렸다.

들은 말에 의하면, 풀이 나무만큼이나 컸다고 한다.

"날이 너무 더우니까 좀 쉬었다 가끄나?"

어머니께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씀을 걸어오신다.

"네시까지는 더 더워지지 않을까요? 할꺼면 얼른 가서 하고 오시죠~"

Carpe DIem ..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는데, 즐길 마음이 안든다.

그도 그럴듯이, 잠깐 아버지만 차에서 침대로 옮겨드렸는데, 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 오늘 하루, 쉽지 않겠다.

..

문득, 아침에 울렸던 알람이 생각난다.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이면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린다.

운동하러 가라는 알람.

주말이면 늘어지고 싶어하는 나에게 깨움을 주기 위한 몸부림.

일단 움직이면 신체 에너지가 생긴다는 최인철 교수님의 조언과 더불어, 실제로, 움직이고 나면 에너지가 올라오는 걸 느꼈기에 주말에는 꼭 잠깐이라도 다녀오려고 했던 루틴이다.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지만,

에너지 올라오는건 다르지 않지?

 

 

집에서 아이 보는 '노동'을 하는 사람은 살이 빠지지 않지만,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살이 빠진다며,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고 한다 (아내가 그랬다)

맞는 말인것도 같다.

하지만, 몸의 에너지가 올라오는 건 운동과 노동이 별반 다르지 않을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오늘 땀을 뽜악!!! 흘리면 살도 빠질거 같고, 에너지도 올라올거 같고 .. 그런다.

아, 뭐 또 해 보지 뭐,

일부러 운동도 하는데 , 못할게 뭐냐.

마음가짐의 차이.

솔직히 말하자면

시골에 와서 일을 할때마다 기분좋게 일한 적이 별로 없던것 같다.

말로는 "해야죠~" 했지만, 속으로는 '아.. 나 허리 아픈데', '아 진짜 하기 싫어'

'다른 집은 부모님 집에 오면 그렇게 편하다든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어제도 그런 생각이 없던건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지금 신체에너지를 올리는 중!!" 이라고 생각을 하니

'아, 그럼 운동도 좀 되겠네? 에너지도 올라오겠네?' .. 하고, 일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의 하루는 나의 생각이 만든다.

일을 끝내고 나니 6시, 얼굴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마라톤 하프코스를 뛰고 나면 이런 느낌일까?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켜 놨는데도 계속 땀이 난다.

그래도 기분은 썩 괜찮다

일을 끝내놓고 나서 먹는 맥주 한잔도 참 좋지만,

오늘은 일이 "노동"이 아니고 "운동"이 된것 같아서, 내가 마음 먹은대로 나의 하루를 산 것 같아서.

세상의 모든 일에 양면이 있다는건 대부분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그걸 실제로 경험하고 느끼고 행하는건 다른 이야기다.

너무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아 몰라 일단 끝내!!!" 도 좋지만, 우선 생각한번 해 보자.

'이게 나한테 좋은게 뭐 있지?' 하고, 럭키비키의 시작이다.

P.S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장점이 안보일 수 있더라. 그럴땐 괴발개발이라도 그냥 빨리 끝내는게 상책이었다. ;;
  2. 일흔 중반의 우리 어머니는 나보다 일을 두배는 더 한다. 아마 "내 일"이라는 주인의식 때문이리라.
  3. 결국 해남에서 여수까지만 오고, 여수에서 집은 새벽에 올라왔다. 무리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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