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 너무 싸워서 방을 하나씩 줘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오늘, 이사를 한다.
서울에 집을 사서 가고 싶었지만, 너무 올라버린 집값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단지 내 비슷한 구조의 집에
월세로 들어가 살기로 했다.
이사 하루를 앞두고, 이사갈 집 청소를 하기로 했다.
입주청소를 쓰기엔 집이 깨끗한 편이기도 하고, 돈도 아껴야 되고..
어차피 나도 남은 휴가가 많아 오후 반차를 내고 함께 했다.
깨끗해 보였는데. 뭐 이리 할게 많은지 원.
청소를 하면서 아내가 생각해둔 가구 등의 배치를 듣다 보니
'어?? 내 자리는 전혀 없네?'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도 아내가 이사가면 아이들에게 방을 하나씩 주겠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매일 아침 미라클 모닝 후 독서, 글쓰기를 하는 걸 알기에. 어딘지는 모르지만 장소를 마련해 주겠다고 어렴풋이 말한 기억이 있었는데....
"여보, 그럼 나는 아침에 어디에 있지??"
"안방에서 하면 되지"
"....? 나 네시에 일어나서 책보고 글쓰고 하는데.?, "
"나도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 "
"아니 당신은 요즘 늦게 자는거지 일찍은 아니잖아. 아침에 불켜고 키보드 치고 해야 하는데 .."
".. 불켜고 해야돼?? 스탠드 켜고 하는거 아니야?"
".........아니, 그래서 집에서 내 자리는 전혀 없는거야?"
"내가 예전부터 애들 방줘야 한다고 몇번이나 이야기 했고..."
"...................알았다.."
그렇게 집에 오면서, 단지내 도서관이라도 가야 하나 싶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 본다.
자리는 없단다..
화가 났다.
어떻게든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나름 가장이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아침에 아득바득 해 보고 있는데..
그 공간 마저 없어진다니. .
나는 집에서 어떤 존재인가.
회사에서도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 요즘에 마음이 참 다급한데
집에서는 아이들한테 말을 걸고 장난을 치려해도 아들들이 짜증만 내서 마음이 좋지 않은데.
30평 집에서 한평 남짓.. 내 공간도 못가지는 사람인건가
나는 뭐하는 사람이지? 돈벌어오는 사람으로 전락한건가.
방에 돌아와서 생각을 해 본다. 아. 이제 이 방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난 뭘 잘못한거지..? 잘 모르겠다.
첫째가 방에 찾아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놈은.
"아빠 음료수 사러 가자. 내일 오시는 분들 드려야 한대"
...그래 가자.
집 앞 마트에 가서 1+1 음료수를 열댓개 산다.
꽁한 성격이지만, 집에 와서 안방에서 심각하게 있는 아내에게 힘 없는 말투로 말을 건넨다
"음료수 종류별로 열댓개 사다놨어요. 그분들 줄 간식은 예전에 사다 놓은 소보루 빵 드리면 될거 같고"
둘다 감정형인 아내와 나는, 가끔 투닥이를 한다. 한번도 큰소리를 내면서 싸운적은 없고
감정 다툼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럴때면 수일동안 말을 걸지 않을때도 있었다.
십수년을 보내면서, 생긴 노하우는 '빠른 시간 내에 말걸기'다.
어제 그래서 일부러 힘빠진 말투(나 삐졌다)로 사소한 걸로 말을 거는 "기술"을 시전한 거였다.
그렇게 방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좀있다가 방에 와서 이야기좀 하자고 한다.
사실 아내도 내가 뭐에 기분이 별로 안좋은지 알거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중년의 아저씨가 존재감을 다시 찾는 법
생각보다, 40대 후반의 중년의 성인들이. "존재감"에 대해 많이 힘들지 않을까?
회사에 집중하다 보니, 아들 딸들은 엄마 편인것만 같고
회사에서는 윗선의 내리누름과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다는 위태함.
그런 상태에서 어제처럼 "존재감이 위협당하는" 상황을 겪으면 마음이 많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
첫째.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요즘에 난 글쓰기, 책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집중하는 일"이라는 의미는 나를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면 좋겠다. 목적성이 명확한 "일"이어야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둘째, 배우자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존재감에 상처를 받는 경우는 회사 보다는 집이다. 그리고 아이들 보다는 "항상 내편이라고 생각한" 배우자에게 생각지 못하고 한대 맞게 될때, "나는 뭐하는 사람이지?" 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경우 배우자는 그걸 의도하지 않았을꺼다. 대부분의 경우, 배우자는 세상 끝까지도 날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사소한걸로 말거는' 나만의 스킬이 필요하다. ' 나 감정이 다쳤어요'라고 은근히 말투에 힘을 빼는 건 나의 소심한 스킬이다.
셋째. 내가 서운했던걸 정확히 이야기 한다.
부부가 모두 감정형인 경우(우리들 처럼), '분위기가 풀렸으니 그냥 해결된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제처럼, 아내가 '이야기 좀 하자'라고 말을 걸어오는 경우, '이제 다 풀렸지 뭐' 라고 생각해서,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넘어가면 다음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 왜냐하면 감정만 사그러든거지, 해결이 된것이 아니니까.
대화를 하기까지 감정을 추스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꺼다. 하지만, 일단 대화를 했다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떤 부분이 서운했는지 나눠야 한다.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는게 먼저다. 해결책은 바로 나오면 좋겠지만, 바로 나오지 못할수도 있다. 며칠간 고민해서 합의를 할 수도 있고, 결국 찾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아, 그때 이걸 해결하지 못했구나" 생각이 든다면, 그 해결책부터 다시 생각해 볼테니까.
방조하지 마라.
혹시, 존재감으로 많이 다친 사람이라면, 돌아봐라.
항상 "괜찮아!" 라고만 이야기 하지 않았는지.
당신의 의도와 다르게 진짜 괜찮은줄 안다.
당연한건 없다. 가족이라도 표현해야 안다.
방조하지 말자. 내가 나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항상 양보만 하면, 나는 양보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그래도 되는 사람" 이 되는건 두려워 해야 한다.

'일상인으로서 > 일상_생각,정리,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2. 일상을 돌아보기. [결국 글쓰기] (1) | 2025.07.25 |
---|---|
080.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2) | 2025.07.21 |
079. 강점을 개발할 것인가. 약점을 보완할 것인가. (0) | 2025.07.20 |
078. 미모를 6년 넘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 (0) | 2025.07.19 |
077.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된다. (1) | 202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