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참으로, 참으로 힘든날이었습니다.
새로운 팀의 팀장이 맘먹고 전화로 와장창창 깨더군요. 20분동안.
회사 생활 22년 넘게 하면서 그렇게 깨진건 거의 처음인 듯 합니다.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자존감까지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마, 팀장도 참다가 참다가 이야기 했을겁니다.
새로운 팀원이기도 했거니와, 본인보다 나이가 많고, 회사 경력도 더 있으니까요.
별생각이 다들었습니다.
우선. 이렇게 깨질 일인가. 싶었습니다. 나름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참다참다 이야기 한거겠긴 하지만
연휴를 앞두고 연휴내내 마음이 어렵도록 시점이 꼭 어제여야 했나 생각도 듭니다.

말투를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습니다.
'네번 다섯번 말했는데'라는 몇번이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팀을 하고 싶다고 했나, 자기들 맘대로 바꿔두고
맞지도 않는 일 시키면서 빨리 못한다고 난리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돌아보다.
사람공부도 했고, 회사생활도 오래 했다보니, 남탓하는건 도움이 안되는 걸 이성적으로는 압니다.
그래서 나를 바라다 봤습니다.
첫째. 제가 제대로 하지 않은건 사실입니다.
도무지 집중이 안되는 요즘입니다. 요즘이 문제가 아니고, 오래 됐네요.
회사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영 지지부진합니다.
속도를 그렇게 강조했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제 잘못이 맞습니다.
둘째, 강조한걸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자주 와서, 메일로, 팀즈로 이야기 하라고 했는데, 보고에 대한 두려움증이 있어서인가.
그게 그렇게 잘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보고하기 싫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셋째, 일련의 상황이 왜 일어났을까 고민해 봅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회사에서 성장에 대한 욕구가 없네요. 이 나이 먹고 이제 다시 팀장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리고 있는 미래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뭐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가 외주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열심히 해 보려 했습니다.
하루 술을 먹으면 그 다음날 머리가 안돌아가니, 그 좋아하던 술을 거의 끊다시피하고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름 어떻게든 해 보려 하는데, 이렇게 되니 고찰을 해 보게 됩니다.
사실 팀장이 한 이야기가 틀린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꾸역꾸역 오늘 해야 하는 일도 어떻게든 해 냅니다.
참 고역이네요.
왼종일 인상을 쓰고 다녔습니다. 인상을 펴려해도 오늘만큼은 이게 잘 안됩니다.
팀장한테 깨져서 기분나빠서가 아닙니다. 아니 그것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나오지 않아서입니다.
질책은 때론 아주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집에 오니, 아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제 표정을 보더니
"무슨 일 있어요?, 힘들어서??" 라고 묻습니다.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티가 날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남편이 혼자 술먹는걸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아내가
"술한잔 해요, 마시고 털어버려" 라고 합니다.
"아냐, 오늘은 술 먹으면 안될것 같아. 좀 쉬다가 일찍 자야지" 하고 대답했습니다.
왼종일 고민하던 걸 이제는 정리해야 할 시간입니다.
지금 이 일은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닌게 맞습니다.잘하고 싶은 욕구가 없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 맞습니다.
냉정히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 바꾸는 것이 맞을것인가.
당장은 없습니다. 한 집안의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 수입이 끊기면 생활이 쉽지 않습니다.
(이 포인트가 지금 가장 쉽지 않네요)
이번 연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것, 지금 시작해야 할 것들을 꼭 공부해 놔야겠습니다.
술은 먹지 말아야겠습니다.
차라리 배를 채우고 총총한 정신으로 그렇게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질책은 강력한 동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팀장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제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저의 방향을 제대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
오늘은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겁니다.
지금의 강력한 동기를 잊지 않기 위해
어제의 그 답답함과 상실감, 그리고 의지를 마음에 아로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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