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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인으로서/일상_생각,정리,감사

240. 당근에서 "나눔"을 받았습니다. [feat. 기버의 조건]

by Fidel / 밤바람 202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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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지 이제 3일차,

집 정리를 하다 보니 끝도 없다.

나름 신도시, 신축에서 살다가 90년대식 구축 아파트로 이사를 오니,

가장 문제는 수납, 넣을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날때마다 당근을 본다.

모두 사기에는 너무 비싸고, 사실 가구들은 상태가 좋은 것들이 싸게 혹은 "나눔"으로 많이 나온다.

이사를 오면서 독립공간인 내 방은 없어졌고

큰방의 2/5 정도를 장농으로 막고 내 서재처럼 쓰게 됐다.

기존의 책장을 놓자니 색도 안맞고 크기도 안맞고 해서, 열심히 책장을 찾아본다.

시간 날때마다 찾은 덕분이었는지.

꽤 좋은 5단 15칸 책장이 나눔으로 나왔다.

시간을 약속하고, 장소를 물어보니 어이쿠,

엘베가 없는 3층 주택이다.

'뭐 얼마나 무겁겠어' 하는 생각에 '누구와 함께 오시냐'는 상대방에게

"덩치좋아 힘있는 남자인데 혼자 가면 안될까요?" 라고 말할랬다가,

뭔가 위협이 될 듯 하여, "혼자가면 어려울까요?" 라고 만 물어봤다.

대번에 "이거 많이 무거워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윽고.

"11시에 맞춰 오시면 남편이 내리는거 도와준대요" 라고 하신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진심의 힘.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메시지를 남겼다.

상가들이 꽤 있는 구도심이라, 주차가 만만치 않다.

빨리 나오셨으면 하는 바램.

10여분만에 나타난 판매자와 함께 3층으로 향한다.

솔직히 '아니 10분동안 뭘 하시길래...' 라는 생각도 했던게 사실이다.

그만큼 춥기도 했고, 잠시 남의 집 앞에 가져다 놓은 차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3층으로 올라가니 남편분이 이미 문앞까지 가지고 나와 있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들어본다.

'뭐 이까짓거를 꼭 남자 둘이 들어야 해?'라는 생각을 잠시 하던 그때.

한번 들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와. 혼자왔으면 큰일 났겠네'...

좋은 책장이어서 그런가 무겁다. 많이 무겁더라.

남편분과 낑낑대며 내려온다. 그분은 경험이 꽤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를 받쳐야 할지를 하나씩 컨설팅을 해 준다.

그래도 금방 끝났다, 하나씩 코칭을 해 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다.

카니발에 쉽지 않게, 또 어렵지 않게 실은 다음

그 분께서 덕담을 건네 주신다.

"이거 진짜 잘 쓰세요. 좋은 물건이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볼께요"

"네, 잘 가세요, 행복하시구요"

왜 그랬을까, "행복하시구요"라는 단어에 진심이 느껴졌다.

인상이 좋으셔서 그 말이 기분좋게 들렸을까. 아님 행복하시란 말에 기분이 좋아졌을까.

아무튼, 그 분의 진심이 느껴지는 듯 했다.

진심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했을때, 상대방을 배려하고 나왔을때 느껴지는 듯 하다.

기버의 힘.

오기 전에 뭐라도 좀 들고 오는 건데..

최대한 돈을 아껴야 했기에, 그리고 정리하느라 뭐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와서 그런지.

빈손으로 왔다.

그냥 감사하다고만 했다.

집에 오면서도 두세번 감사의 선물이라도 드려야 하나 싶었다.

"아, 몇천원도 아껴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후기만 "매우 좋았다" 라고 남겼다.

밤 늦게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부부가 생각이 났다.

행복하세요.. 라는 그 말과 부드러운 미소가 .

'베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래, 기버는 저런 사람이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온연히 주면서도, 받는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걸 느끼게 해준 부부가 다시 한번 감사했다.

조그만한 선물을 보낸다.

그려면서 나도 표현해 본다. 어떤것이 좋았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버는 이렇게 세상을 조금씩 따듯하게 만드는 듯 하다.

기버의 조건.

나의 인생의 목적, 비전은 "기버가되는 것"이라고 해도 될만큼 "베품"과 "영향력"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목적이 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그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줄때 자꾸 재고,

주고 나서 저 사람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고,

이걸 주면 저 사람도 나에게 뭘주지 않을까.. 하고 은연중에 바라는 것 .. (그래도 이건 많이 줄었다)

이 모습은 기버가 아니다.

다행히, 진짜 기버들을 가끔씩 이렇게 만난다.

물론 션과 같이 기부에 대한 사회의 신념을 바꾸고, 행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일반 소시민이 일상에서 이렇게 "기버"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는 쉽지 않은데

어제는 참 감사한 날이었다.

기버의 조건은 "진심"이다.

상대방이 잘되었으면, 행복했으면 하는 진짜 바라는 마음.

이 마음 덕분에 어제,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 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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